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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그날 출시된 새 앨범을 한번씩 들어본다. 유명하지 않더라도, 혹은 평이 좋지 않더라도 나에게 만큼은 명곡이 될 수 있는 숨어있는 노래들을 종종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픽하이의 새 앨범이 나왔다. 사실 에픽하이의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들으며 일을 하고 있었다.

한곡 한곡이 지나가고, 이하이씨가 피쳐링한 몹시도 '미국 팝' 스럽던 곡이 끝났다. 그리고 그 다음번 트랙이 시작되는 순간, 하던 일을 멈추고 이어폰 너머 흘러오는 잔잔한 곡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악동뮤지션 수현양이 피쳐링한 "상실의 순기능" 이라는 곡이다.


먼저 곡을 다 듣고, 곡이 끝난 뒤에 제목을 확인했다. "상실의 순기능" 이다. 이렇게 찰떡같을수가..

부재에 대한 공허함과 허무를 너무나도 담담하게 표현한다. 상실의 순기능 이라는 제목보다 이 노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세상에 없다.


단순히 단어의 짧은 조합 만으로도 감정에 묘한 동요를 불러오는 제목들이 있다. 가령 "언어의 온도" 라거나 "저녁 하늘", "걱정말아요 그대" 와 같은 제목들이 그렇다. 상실이 주는 순기능이라니. 제목만 들어도 곡 전체가 그려지는 두 단어의 조합이다.


수현양의 파트는 공허함에 대한 한탄이다. '난 왜 이럴까? 왜 사는걸까?' 를 묻는 자조적인 가사로 흘러간다.

에픽하이의 랩 파트는 말 그대로 상실의 '순기능' 들에 대한 가사이다. 너를 상실해서 나는 이만큼 잘 산다! 라는 말을 참 슬프게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안좋은 일이 있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애써 좋은 것들을 끼워 맞춘다. 정말 애 써서 상실의 순기능들을 이야기한다. 

후반부의 나레이션은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에픽하이 미쓰라진씨 아내 되시는 권다현 씨의 목소리라고 한다.

[ 왜 나는 잘 하는 것도 없으면서 사랑조차 못 하는가 하고 자신을 못마땅해 하지 마라. 그건 자신의 사랑을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흔한 것도 의무도 아닌 바로 당신이며, 당신 그 자체이다. ]

나레이션의 단어와 문장이 정말 아름답다. 찾아보니 이병률 작가분의 산문집 "끌림"에 있는 문장이라고 한다.

이 모든것들이 수현양의 아름다운 음색과 타블로, 미쓰라진의 읊조리는듯한 랩과 함께 잘 연출되어 있다.


출근길보다는 퇴근길에, 맑은 날보다는 비오는 날에 더 잘 어울리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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