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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지 반년이 지나서야 올리는 포스팅이라 날짜 감각이 가물가물 하다.

기억속에 떠오르는 의식의 흐름 대로 하나씩 꺼내어 쓰고 있는 중이라 이 날이 그날인지, 그 날이 이날인지 잘 분간이 안난다. 태풍과 날씨 문제로 처음 정해간 여행을 내 마음대로 바꾸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이게 바로 혼자하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 아닐까?)

지금 내가 꺼낸 이 기억이 정확하다면, 추적추적 비가 오던 날 오사카 성을 거쳐 나카자키초 카페거리에 간 것은 3박 4일의 일정 중 둘째날일 것이다. 


전날 도톤보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들과 적지 않은 술을 마셨다. 거디다 호텔 바로 앞 편의점에서 야식과 맥주를 또 사들고 들어와 혼자 맥주 두캔과 산토리 하이볼 한캔을 해 치우고 잤다. 당연히 다음날 약간의 숙취와 함께 늦잠을 잤고, 원래 계획했던 둘째날 일정이었던 교토를 셋째날로 쿨하게 미뤄버렸다. 역시 술은 언제나 이롭다. 이 쿨한 결정이 내 둘째와 셋째날 일정 모두를 더욱 만족스럽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걱정했던 태풍은 없었지만 적지 않은 양의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나는 호텔에서 나와 그날의 첫 목적지인 오사카 성으로 걷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오사카 성은 쉽게 걸어갈만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나는 더 많이 먹기 위해 더 많이 걸어야만 했다.

오사카 성에 가기 전 먹기로 했던 미슐랭 스타 소바집인 소바기리 아야메도에서 식사를 하려 했지만, 11시 30분 오픈인데 내가 나온 시간은 10시라 시간이 어중간 했다. 그렇다고 소중한 한끼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모스버거로 들어갔다. (오사카의 모스버거에 대해서는 따로 몰아서 포스팅 할 예정이다.) 당연히 11시 30분에 소바도 먹어야 했기 때문에 작은 셋트 한개만 시켜 먹고 나왔다.

배가 살짝 든든해진 상태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미슐랭 스타를 받았다는 소바기리 아야메도에 가서 기여이 소바까지 먹고 나왔다. 참고로 내 여행의 원칙은 "1일 5식, 1식 2맥주" 이다.


[ 소바기리 아야메도 - 미슐랭 원스타 소바 포스팅 : http://www.leafcats.com/33 ]



오사카 성


오사카 성은 포스팅하기에 이름이 참 난감하다. 지역 이름과 겹쳐서 자칫 잘못하면 키워드 남발로 광고성 게시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냥 '이 성' 이라고 부르겠다. 

오락가락 하던 비는 점점 강해졌고, 다음날 제대로 불어닥칠 태풍을 예고하는 듯 했다. 운동화에 양말을 신고 있었던 내 발이 다 젖어버려 너무 꿉꿉했기에 나는 호텔로 다시 돌아갔다. 들어온김에 샤워도 간단하게 한번 하고, 쪼리를 꺼내 신고 다시 출발했다. 혼자여행의 진정한 묘미이다.



오사카 성은 거대한 해자가 둘러 싸고 있다. 유럽여행에서도 많은 성들을 가 봤지만, 이렇게 큰 해자에 쌓여 있는 성은 처음이었다. 큰 다리를 건너 성 내부로 들어가면 초록색 거대한 평지가 이어진다.

원래 입장료를 받지만, 주유패스가 있다면 입장이 무료이다. 중간중간 성 내부를 개조해 전시해 놓은 것들이 있었는데, 비가 오는 관계로 들어가려면 상당히 귀찮았다. 신발을 벗고, 내 신발과 우산을 봉지에 넣은 다음 슬리퍼로 갈아신고 약 5분도 안되는 시간을 구경하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들에 반복이었다. 개인적으로 비오는날 이 성을 방문하는것은 이런 이유로 다소 비추천한다. 오사카 필수 관광지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볼건 없다. 한국에서의 경복궁 관람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뭐 굳이 임진왜란과 식민지배로 우리에게 고통을 주었던 일본의 성을 꼼꼼하게 구경할 필요성도 못 느꼈기에 쿨하게 둘러만 보았다.



천수각의 사진이다. 천수각은 내부에 들어가서 꼭대기까지 올라 갈 수 있다. 나도 그러려고 했었다. 하지만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했는데 바로 주유패스를 분실한 것이다. 성에 입장할 때도 주유패스를 보여줘야 하지만, 천수각 입장시에도 제시해야 한다. 2일권이었는데 오늘 성 입구에서 개시 하자마자 잃어버린 것이다. 2일권짜리가 3만원이었던가. 앞으로 일정을 생각할 때 다시 사야만 했다. 아까워도 바로 잊어버렸다.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다시 돌이킬 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 잊는 것이 가장 이득이다. 계속 신경쓰고 기분 나빠하면 내 소중한 감정들까지도 함께 잃어버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무튼 그런 이유로 천수각은 들어가 보지 못하고 그냥 성을 빠져나왔다.



나카자키쵸 카페거리


비오는 날 카페거리라니. 뭔가 낭만적이다. 오사카의 나카자키초 카페거리는 우리나라의 옛 가로수길이나 상수동 카페거리의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는 글을 보고 꼭 가기로 결정했던 곳이다.

지하철 나카자키초 역의 4번출구와 우메다역 사이의 골목에 위치해 있다. 특정 골목이라기 보다는 그 일대라고 보면 된다. 



골목 사이 사이마다 이런 예쁜 카페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카페거리라고 불리는 많은 골목들은 옛날의 감성을 잃어버리고 상업적인 모습으로 변질된 곳이 대부분이다. 사실 그래서 큰 기대는 안했다. 하지만 나카자키초 일대의 카페거리는 뭔가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곳에 등장하는 곳 같은 일본 특유의 감성이 배어있었다. 일본인들이 사는곳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다. 나는 잠깐 쉬면서 다음 일정도 정리할 겸 위에 보이는 예쁜 자전거가 있는 이름 모를 카페로 들어갔다.



처음부터 카페 목적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일본 가정집을 개조한 것이 분명한 내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관광객은 나뿐이고, 근처 주민으로 보이는 일본인 아주머니들이 몇분 수다중이셨다. 메뉴판 자체가 일본어 뿐이었고 카페 주인분이 영어를 잘 못하셔서 내가 원하는 커피를 주문하는 것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그 때 옆에서 수다중이시던 일본인 아주머니 한분이 유창한 영어로 도와주셨다. 일본인 특유의 영어발음도 없이 정말 말 그대로 네이티브 스러운 영어여서 조금 깜짝 놀랐다.




라떼 한잔을 시켰는데 시럽도 따로 챙겨 주셨다. 원래 라떼에 시럽을 넣어 먹지는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여행지에서는 주인이 주는대로 먹어보고 싶어서 다 부어서 마셨다. 라떼 맛은 그냥 흔한 라떼의 그 맛이었지만, 나 혼자 하는 여행지에서 카페에 혼자 앉아 마시는 커피라 감성적이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한국에서 와 있는 카톡도 확인 하고, 안보려고 했지만 쌓여있는 회사 메일에 어쩔 수 없이 메일확인도 하며 잠시나마 현실로 돌아갔다 왔다.



사실 별 대단한것은 없다. 굳이 다른 일정 없이 나카자키초까지 찾아 올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카자키초는 우메다 바로 옆이고, 오사카성에서 우메다로 이동하는 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길에 한번쯤 들른다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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